첫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네이버 검색광고 전문 대대행사 면접을 봤던 날.
사실 오전부터 면접 일정 관련한 문자를 받았다.
난 당연히 면접 참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했고.
다소 당황스러웠던 점은,
당장 익일 오후에 면접을 보자고 하는 게
좀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직장인 퇴근시간대인 오후 6~7시까지 기다렸는데도 답장이 없길래,
아 오늘안에는 결정 안나겠구나 하고
여차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표를 끊으려고 했던 참이었다.
좀 매너가 아니지 않나 싶었지만,
스물아홉 아홉수 취준생 입장에서,
뭐 대단한 이름 있는 기업도 아니고
중소기업 회사들 지원한건데
대단한거 기대하는게 사치다 생각했다.
그러려니 하고 서울에서 하루 더 머무는 일정을 잡았다.
다음 날.
면접은 오후 5시였지만,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쯤부터 면접 볼 회사 근처 카페에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앉아서 찬찬히 회사 홈페이지랑 포트폴리오, 회사 소개서 등등을 살펴봤다.
뭔가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채용 공고를 다시 살펴보는데 문득,
'아, 내가 어느정도 할 줄 아는 놈처럼 보여서 면접으로 부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어느정도 할 줄 아는' 것이 무엇인지는 뒤에서 이야기 해보겠다.
그리고 더 걱정이 됐던 부분은,
내가 지원했던 공고 내용 그대로를 복붙해서
다시 채용 공고를 올린 것을 봤다.
근데 이번에는 새로 올린 공고에 대놓고,
'연봉 3,500만원' 이라는 키워드를 넣었더라.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지원자가 별로 없었나?'
'난 그럼 면접 뭐하러 보는거지?'
'당장에 내가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 면접 보겠다는 생각인가?'
'그러면 과연 나는 이 채용공고에 만족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들이 들면서,
점점 아랫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긴장을 하고 있다는 신호다.
회사 소개서에서부터 느껴졌다.
이미 마케팅 대행을 제휴하고 있는 광고주들의 면면들이 꽤나 이름 있는 회사들이었다.
개중에는 대한민국 1위 기업도 있었고..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의 마케팅 대행 사례도 포트폴리오에 들어가 있었다.
만만치 않은 회사구나,
돈을 업계 초봉보다 더 많이 챙겨주는데에는 이유가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직원수가 5명 이하인 회사였는데,
그럼에도 저렇게 굵직한 회사들과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단순 스타트업 개념의 작은 회사가 아니라,
이미 광고 업계에서 수년간 일을 하신 분께서
회사를 나와 따로 본인의 회사를 차리신 것.
더군다나 저렇게 큰 회사들을 핸들링 해야하니,
이건 말로만 신입을 뽑는거지,
거의 눈높이는 경력직 수준에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아, 면접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랫 배는 점점 아파져왔다.
<면접 내용 생각나는 것들>
1.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애널리틱스 같은 툴도 공부하셨다고 했는데, 실제 데이터 분석해서 마케팅 캠페인 성과를 개선했던 경험 하나만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아니요.. 없습니다..
(거짓말을 할 순 없으니까. 나는 지식으로만 공부했지 실제로 실무에 가까운 경험을 아직 해본 적 없으니까.
근데 이미 여기서부터 '앗.. 아..' 하는 탄식을 내뱉으셨던 대표..)
너무 솔직해서 탈인 걸 수도 있지만, 솔직하게 얘기했다.
'공부는 정말 열심히 했다. 대신에 실제 로우 데이터를 만져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대행사 에이전시에 취직해서 일하면서 배우고 실력을 키우고 싶어서 지원한 것이다.'
나 같아도 안 뽑겠다 ㅋㅋㅋㅋ
근데 어쩌나. 면접 때 거짓말 하고서
출근 첫 날부터 뽀록나고 짤릴 바에야
이건 얘기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가령 예를 들어서,
'보도자료 작성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라고 묻는다면,
나도 '예, 있습니다.' 라고 거짓말하고,
면접 끝나자마자 집에가서
온갖 온라인 페이지들을 뒤져서
기업들의 홍보 보도자료들 싹 다 스크랩해다가
분석하고 직접 써보고 그 말투를 외워버리고 할 수 있다.
근데, 퍼포먼스 마케팅은 조금 다르다.
어느정도 유의미한 수치(잘은 모르겠지만.. 일일 방문자가 못해도 몇 십명은 되야 하지 않을까..)가 획득되는
사이트가 일단 나에게 없다.
웹사이트는 당연하고, 어플리케이션도 없지 않은가.
할 줄 안다고 뻥쳐놓고 집에 가서 벼락치기를 하겠다고 한들,
애초에 방도가 없으니..
그렇게 이어진 두 번째 질문.
2. 관련된 교육(온라인에 포트폴리오 만들어 주는, 패스트캠퍼스나 탈잉, 클래스 101 등등, 오프라인도 더러 있다 검색해보면) 들어볼 생각은 안했는지?
있는 거 안다.
실제로 이 회사 면접 보기 한 1주일 전?에부터 알게 되었다.
근데 난 돈이 없다.
취준생 중에서도, 돈이 없는 취준생이다.
나이 스물 아홉에 부모님께 손 벌리기는 더욱 힘든 취준생이다.
3. 퍼포먼스 마케터가 로우 데이터, 즉 객관화 된 수치만 본다고 해서 모든게 그렇게 딱 떨어지지가 않는다. 대놓고 명확한 성과가 눈에 띈다면 상관 없겠지만, 모든 캠페인의 성과가 그렇지가 않다. 더군다나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결국 이를 해석, 분석, 가공, 인사이트 도출하는 것은 사람인지라 본인의 주관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본인이 생각하는 뭔가 딱! 하고 떨어지는 수치를 만지는 퍼포먼스 마케터랑은 달라 보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이건, 실무 경험이 있지 않고서야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아닌가 싶었다.
맞는 말이다.
구글 애널리틱스를 포함해서 구글 마케팅 플랫폼의 도구들을 책으로 공부할 적에,
그 책에서 했던 말이 얼핏 기억이 났다.
고객이 당사 홈페이지를 방문하기까지의 여정에
마케팅 캠페인 A, B, C가 순서대로 있다고 치자.
가장 마지막에 홈페이지로의 방문으로 전환한 캠페인은 순서상 C다.
그래서 '직접 기여'라고 하기도 한다.
그럼 캠페인의 성과는 C만 가져가느냐?
이건 그렇지가 않다고 책에서 배웠다.
A, B도 간접적으로 전환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근데 그 기여도를 100으로 놓고 봤을 때,
A, B에는 과연 몇 점을 줄 것인가? 에 대한 판단은 결국,
저 면접 질문처럼,
이를 분석하는 마케터의 주관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저 면접 질문은 결국, 내가 실제로 로우 데이터를 가공 및 분석, 성과 판단 등을 해본 경험이 있을 때
비로소 '아, 이런식으로 주관적인 판단을 해야 성과 개선에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인데,
난 그런 경험부터 시작해서 노하우가 당연 없으니까,
그걸 꼬집듯 질문한거나 다름 없었다.
현타가 제대로 왔던 질문이었다.
4. 최근에 인상 깊게 본 마케팅 캠페인이 뭐였는지? 아, 저거 마케팅 참 잘했다 하고 느꼈던 사례가 있는지?
이것도 나를 꼬집는 질문이었다.
난 원래부터 마케터를 꿈 꾼 사람이 아니었다.
마케터는 정말 크리에이티브한, 창의적인 사람이 하는 일인 줄로만 알았다.
근데 최근에, '먹고 사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장 쉽게 딸 수 있는 GAIQ 부터 공부했던거고,
막상 공부하다 보니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
무턱대고 퍼포먼스 마케터가 되겠노라 준비했던 것.
당연히 공모전 경험도, 마케팅 사례에 대한 유의미한 분석이나,
아니면 그 사례를 뜯어볼만한 마케팅적 지식(경영학도라면 으레 배울법한?)도 전혀 없으니,
기본도 안된 사람이었던거다.
그게 눈에 보였던게지.
맨 땅에 헤딩한다는게 딱 나를 두고 하는 말 아닐까 싶다.
굳이 따로 질문의 번호를 매기진 않지만, 면접 중에 이런 얘기도 하셨었다.
'퍼포먼스 마케터라 함도, 결국엔 퍼포먼스! 라는 분류가 있는거고,
어쨌든 마케터 아니겠냐'
맞는 말씀이오, 옳으시고 지당하십니다.
예. 반박을 못하겠네요.
제가 마케터를 너무 쉽게 봤지요, 예.
어쨋거나 저쨋거나, 저 질문은 매우 중요한 질문이고,
필살기 답변을 미리 준비해둬서 나쁠 게 없다.
어느 회사건, 광고 에이전시라면 무조건 물어볼 법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 전에 카페에 앉아있을 때도, 왠지 저 질문을 물어볼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창가에 앉은 김에,
밖에 지나다니는 버스들의 랩핑 광고들을 유심히 관찰했고,
개중에 브레이브걸스를 모델로 한 해피콜(주방용품, 특히 후라이팬 같은거) 브랜드의 랩핑 광고를 봤었다.
'이따 면접 때 질문 나오면 저거 가지고 대답해야지' 라고 쉽게 생각했지.
근데 막상 면접에서 대답을 하고 있노라니,
'그냥.. 인상 깊었다.. 브레이브 걸스.. 예비역 팬층.. 팬심으로 역주행.. 그래서 팬! 이라는 단어로 후라이팬이랑 엮어서 홍보하길래.. 재밌어 보이고.. 근거도 있어 보이고.. 그래서 인상 깊었다..'
라고 밖에 대답 못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찌나 얼굴이 화끈화끈 거리던지.
면접관으로 앉아 계시던 대표님도 '어.. 그래..' 하는 표정..ㅎㅎ
마스크에 가렸지만,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에서 느껴졌다.
면접은 그렇게 끝이 났고,
회사 근처 흡연장에서 담배를 하나 물고 불을 붙였다.
면접 들어가기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담배를 폈었는데,
주변 직장인들도 다 거기서 담배를 피고 있었고,
그들을 보면서 '나도 저 사람들 틈에서 직장인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면접이 총 40분 정도 봤으니,
불과 40분전까지만 해도 그런 희망찬 상상을 한거지.
근데 40분 만에,
나는, 바닥을 마주하고 돌아온, 나락간 멘탈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감히 그들 틈에 낄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한참이나 모자란 햇병아리, 속 빈 강정 같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들더라.
엄청 우울했다.
집 가는 길에 울 뻔.
어쨋든,
난 다시 멘탈을 회복했고,
이렇게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이 블로그에 일정 게시글들을 채워나가면서,
나중에 내 돈 사비 털어서 직접 구글애즈, 네이버 검색광고 같은 걸로
이 사이트에 대한 디지털 마케팅을 직접 집행해보려 한다.
트래픽도 직접 얻어보고, 캠페인도 기획하고 실행해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어보는 경험을 해보려고.
(면접 보기 전에 혼자 스터디할 때도 유튜브에서 봤던 내용이고, 면접 중에도 면접관님이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자기 돈 단 돈 만원이라도 직접 태워서 광고 집행 해본 경험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좀 있다고..)
아 그리고,
아는 지인 형을 통해서(그 형 다니고 있는 회사 복지)
디지털 마케팅 관련한 강의도 들을거다.
어떻게 글을 끝내야 하지.
아 몰라.
화이팅.
취직할거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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